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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재와 허구의 공존으로부터 비롯된 유쾌함: 김지혜
artnom 2009-01-16 00:12:36, 조회 : 2,345, 추천 : 388

팝아티스트이기 이전, 앤디 워홀은 일러스트 작가였다. 워홀이 진정한 팝아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심이 있었다. 그렇다면 예술과 현실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예술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실재하는 매체를 이용한 예술작품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요소가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현실을 어떠한 자세와 방식으로 다루는지는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팝아트가 환호 받을 수 있었던 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상황과 시점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예술작품을 구현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점들에서 강현하의 이력은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한때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캐릭터 제작에 빠져있었고, 근래에는 동양화와 캐릭터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현하(artnom)의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자기 자신과 주변인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그들이 작품 속에서 펼치는 스토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며 허구적이다. 이러한 두 개체가 만나 이루어내는 아이러니. 이것이 강현하의 작품에서 가장 강렬하게 작용하는 지점인 듯하다. 양쪽 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면 작품에서 신선한 맛이 우러나오지 않았을 테고, 비현실적이었다면 담백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근래 강현하는 전형적인 동양화 속에 자신의 캐릭터들을 삽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이러한 작업에 몰두하게 된 데에는 동양화 중에서 특히 민화와 자신의 캐릭터작업의 합치점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조선시대 당시 그 세계를 가장 리얼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회화가 민화였다면 현대에서 취하는 방식은 캐릭터라는 것이다. 실제로 워홀을 비롯한 많은 현대 작가들이 한때 상업적인 일러스트 작업에 심취한 바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기치 어리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 각각의 요소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릉도원에서의 대결>에서 두 캐릭터의 발 아래에 그려진 허구적인 작은 불꽃, <내 머리 속에 다른 놈이 있다>에서처럼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슬픈 캐릭터의 표정, <파도치는 들판에 외로운 코끼리나무>에서 밝고 활기찬 색채에 남겨진 아픔과 고통의 심정. 이러한 것들은 모순과 아이러니가 유발시키는 흥미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작가의 심정을 배출하는 감정의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강현하의 작품이 품고 있는 또 다른 강점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친숙함과 편안함이다. 예술이 학문과 기본적으로 다른 특징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예술을 통해 쾌와 안식을 얻기를 원한다. 이러한 요구를 강현하의 작품이 충족시켜준다는 말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한 편의 경쾌하고 유쾌한 극을 보는 듯 감각적이고 짜릿한 쾌를 얻을 수 있으며,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현대적인 우울과 슬픔에 공감할 수도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강현하의 작품이 품고 있는 가장 큰 힘이다.
나의 삶과 감정이 투영될 때 작품에 대한 애정은 깊어진다. 강현하의 작품에는 이러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 그 유쾌한 힘이 우리 삶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고 있기에 캐릭터를 통한 진정한 팝아트를 실현할 그의 작업들이 기대된다.
                                                                                                        독립큐레이터 김지혜
                                                                                                                     200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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